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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내 집은, 안녕한가?

작성자 : 하늘 작성일 : 2010.12.09 17:31:12 조회수 : 3767

내가 하루 쯤 집을 비워도 괜찮은 일이지만

냉장고가 하루라도 고장나면 큰 탈이 난다

한여름, 국이고 반찬이고 상해서 못 쓰게 된다

내가 술 먹고 집에 안들어가도 푸념이나 듣지만

전기가 하룻밤만 끊겨도 큰 불편을 겪는다

선풍기도 밥통도 텔레비젼도 모든 게 먹통이다

당장에 내가, 우리집 냉장고 보다 보일러 보다

정말로 필요하다고 장담 못한다

나는 식구들에게 보온밥솥처럼 따뜻하질 못했다

뻐꾸기 시계처럼 정확하지 못했다

나는 불확실했고 걸핏하면 약속을 어겼다

그러므로 어느 날, 내가 아주 집을 떠나가도

집은 멀거니 나를 바라볼 뿐이다

어제도 나는 지친 해처럼, 집을 쏘옥 빠져나왔다.

 

 

 

임성용 '하늘공장'

1965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났으며 구로, 안산공단에서 공장노동자로 일했다. 1992년부터 노동자문예 『삶글』에 시와 소설을 발표하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2년 제11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하늘공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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