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사건의 핵심은 이명박 대통령이 주가조작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BBK 투자자문회사의 주인인가 하는 것이다. 이는 BBK에 투자했으며 이 대통령의 형 이상은 씨와 처남 김재정 씨가 대주주이기도 한 다스의 소유주가 이 대통령인가 하는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시크릿오브코리아>는 여러 증거들을 통해 이 대통령이 BBK와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에 접근하고 있다.
첫 번째 증거는 한국에 구속 수감돼 있는 김경준씨가 미국 LA 카운티 법정에서 진행 중인 투자금반환청구소송과 관련해 2010년 보낸 육필청원이다. 그는 서류에서 ‘한국의 현직 대통령인 이명박 대통령이 이 소송의 당사자이며 이 소송의 피고인 BBK와 MAF, 원고인 다스 그리고 소위 LKE뱅크 등 5개사에 대한 전권을 행사하는 실소유주’라고 밝혔다. 한국 교도소에 수감돼 있으면서 현직 대통령의 차명 재산에 대해 거침없이 의혹을 제기한 것은 꽤 파격적이다.
그가 육필청원과 함께 제시한 BBK 정관은 특히 주목해야 할 증거다. 정관 제30조 2항은 “(이사회) 과반수 결의에는 발기인인 이명박 및 김경준이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이명박 및 김경준이 지명한 이사가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김씨가 조작한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이 정관은 다스 측이 이미 법원에 제출한 증거이기도 했다.
왼쪽부터 김경준, 이명박 대통령, 에리카김. | ||
또한 김씨는 미국 법정에서 이 대통령의 실제 재산이 7000억 원에 이른다고 진술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밝힌 380여억 원과는 비교도 안 되는 규모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나머지 6620여억 원은 어디로 갔을까.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이 대통령의 형과 처남이 다스의 대주주이고 다스가 BBK에 투자했다는 사실, 안원구 전 국세청장이 주호영 전 특임장관에게 ‘도곡동 땅은 MB 땅’이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낸 일들을 곱씹어보게 된다.
탐사보도 블로그 ‘시크릿오브코리아’를 운영하는 저자 안치용씨는 ‘눈 찢어진 아이’로 촉발된 이 대통령과 에리카 김씨와의 ‘관계’에 대한 논란만큼은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에리카 김씨의 전 남편을 잘 아는 사람은 이 대통령이 그들의 이혼에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대해 “원 오브 리즌(one of reason)"이라고 답했다.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라는 의미다.
이 대통령의 사돈 조양래 한국타이어 일가의 불법 해외 부동산 투기도 놀랍다. 저자는 앞서 조 회장의 형 조석래 효성 일가의 불법 해외 부동산 투기도 고발해 관련자들을 법정에 내우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딸 수연 씨와 결혼한 조양래 회장의 차남 현범씨는 18살인 1990년 당시 ‘브라이언 현 조’라는 이름으로 36만5000달러의 콘도를 사들였다. 저자는 현범씨의 나이로 보아 조 회장이 증여해줬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문제는 이 때가 해외부동산 매입을 허용한 2006년 5월 22일 이전이었다는 것이다. 조 회장이 자신의 재산을 아들들에게 불법증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조 회장은 그해 장남 현식 씨에게도 ‘스탠리’라는 이름으로 121만 달러의 단독주택을 사줬으며 아내에게도 ‘낸시’라는 이름으로 80만 달러의 콘도 1채를 선물했다. 현범씨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 중인 2004년에도 216만5000만 달러의 호화 콘도를 매입했다. 이들 일가는 이후 별장을 팔아치우면서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
한국타이어·효성 뿐만 아니라 SK 해외 비자금의 실체 등 재벌들의 불법과 비리도 고발한 이 책은 또 하나의 흥미로운 주제인 ‘리제트 리’의 진실도 파헤쳤다.
안치용 지음 / 타커스 펴냄